그릿, 꼭 내게 하는 것만 같은 말들

그릿

안젤라 더크워스라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심리학 교수가 2016년에 출간한 책(한미 동시출간인듯), 그릿(원제: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을 읽어봤다. 이 책은 그의 연구를 대중과학서로 낸 것이다. 읽기가 어렵지 않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열정의 지속성’이다. 저자는 재능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문화를 비판한다. 그 사람이 재능을 갈고 닦으며 보낸 엄청난 시간과 노력은 잘 보려하지 않고 원래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그렇다고 찬탄만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과물을 노력의 대가가 아닌 재능의 대가로 여기면, 우리가 괜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안정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일 저 일 계속해서 관심사를 옮겨다니지 말라고 한다. 기왕 잡은 일은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설령 그것이 가치없고 지루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말이다. 아니, 그러다가 일에 미련하게 매달리기만 하고 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되면? 아니, 저자는 인내와 끈기가 과다하다고 해서 잘못될 확률보다 그렇지 못해서 잘못될 확률이 더 높으니, 쓸데없는 걱정말고 안심하고 매달리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열정을 바칠 관심사를 찾는데 40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놀이와 활동을 통해 관심사를 가지도록 양육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는 무조건 부모를 보고 따라하게 된다. 부모가 먼저 그릿, 끈기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그릿을 가지게 된다. 엄격하고 요구가 높은 부모, 즉, 타이거맘이 그릿을 길러줄까? 부모가 온화하고 자상하면 아이가 그릿을 못 기를까? 정답은 자상하면서도 기대가 높은 부모다. 아이의 실패를 온화하게 공감하고 다독이면서도, 너는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 부모, 멘토, 지도자가 있어야, 관심사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이건 미국적 특성인 것 같은데, 저자는 단지 개인의 영광과 성공을 위한 그릿은 쉽게 좌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릿의 전형들인 인물들 사례를 들면서, 그들이 꾸준히 열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의 인내와 노력이 결국 타인에게도 의미를 주고 도움을 주는 일이란 것을 잘 알고있는 경우였다고 말한다.

그릿을 기르려면, 꾸준한 연습, ‘마음챙김mindfulness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지 맹목적으로 시간만 늘려가는 훈련이 아니다. 훈련의 질을 높이고 매순간 집중하며 의식을 가지고 연습하라는 것이다. 잘하는 부분보다 잘 못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무아지경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항상 자신의 현재 성취보다 더 나은 성취를 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색해보라는 것이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라. 그 일을 일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니, 예전에 김연아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질문자가 어떻게 그 지루한 연습을 매일 똑같이 반복할 수 있었냐고 물으니, 김연아는 ‘그냥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마지못해 하는 것 같은 순간들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릿을 가진 사람들은 고통스럽더라도 두 말없이 마음챙기 연습을 계속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진정한 그릿을 가진 사람들은 설령 결과가 B, C에 그칠지라도, 그렇든 말든, 시작한 일은 끝을 본다는 마음으로 매달리기도 한다. 노력의 대가가 꼭 좋은 결과를 낳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열정과 끈기는 단기 손익 계산과는 맞지 않는다. 결실을 수년 뒤에 맺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하는 교과 외 특별활동을 중시하라. 아이가 뭐든 시작하면 최소한 2년은 해보기를 요구하라.

 

 

저자는 특히, 작가가 꿈인 내게 중요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준다.

몇 자 끄적이기만 한다고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인내하면서, 반드시 한 권의 책,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즉 끝을 보고야 마는 사람이 성취를 기대해볼 수 있다.

글쓰기에 관한 시에서, 그저 날마다, 같은 글을 조금씩 조금씩 낫게 고쳐 써보라고 한다. 그렇게 몇 번한 글은 당연히 좋은 글이 된다.

저자는 자신이 책을 끝낼 수 있었던 방법으로,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전날 밤에 써둔 원고를 다시 읽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어제 운전하면서, 클래식 라디오에서 바흐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작품번호 천 몇 번이라는 것이다. 바흐도 천개 넘는 작품을 썼다. 그 중 유명한 것은 몇몇이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에 이르기까지 바흐도 갖은 크고 작은 의뢰를 받으며, 작고 하찮아 보이는 곡까지도 섬세하게 다듬어 가면서 결국 명작을 써낸 것이다.

나도 이제야 블로깅을 시작했지만, 시작한 이상 최소 3년, 5년은 버텨봐야 한다. 꼭 남들이 보라고 쓰는 글이 아닌 글도 있는만큼, 그 시간 동안 글을 꾸준히 써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한 권의 책을 탄생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작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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