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베스트셀러다. 2012년에 국내 초판이 나와서 22년까지 100쇄 넘게 찍은 대형 베스트셀러다. 나는 책이 한국에 나온지 12년 만에 읽는 것이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지만 좋은 책에게 이르고 늦은 때란 없다. 설령 절판될만큼 나중에 읽는대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면 명작으로 남는 것이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장르는 판타지 소설이다. 시간여행이 수십년 단위로 오간다.
그 말은, 몇 사람의 인생의 앞과 뒤가 걸린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한 주요한 갈등이고 문제였을까?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그걸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_전자책 105/334
책의 첫 이야기 뭉치는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주제다.
아들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를 이어 자신이 하는 생선가게를 잘 하기를 바라고 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변주가 조금씩 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기왕 나선일이니 한 번 끝까지 꼭 잘해보라고 격려해준다.
그러한 지지를 받고도 딱히 출세가도를 달리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의외의 결말을 맞는다.
끝까지 반대하며 아들의 화를 돋구는 아버지가 현실에는 더 많을 것이라,
이런 아버지상은 새롭게 다가온다.
주인공의 나머지 인생사는 포스트모던하게 펼쳐진다. 평면이 입체가 된다.
이 이야기 덩어리가 끝날때,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에서 가슴찡한 감동이 있다.
역시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커리어나 꿈을 쫓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구나, 하는 감동.
저자는 우리에게 그걸 멈추지 말라고 말한다.
끝까지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라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꼭 최선을 다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여기에서 복잡한 현대사회에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공감이 되는 지점이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취업포기자,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각하다.
이건 아마도 사회가 모든 게 새로운 초창기와 달리
원숙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가 점점 세분화되어서
거기에 딱 맞는 인재만 구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걸 다 맞추어 완벽하게 준비할 수가 있겠는가.
덜컥 겁 먹고 좌절하고 비관하기가 쉽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아버지의 음성은 겹쳐 들린다.
겁먹지 말고, 끝이 꼭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꼭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이다.
그게 인간사랑이든, 자신의 꿈을 쫓는 것이든 말이다.
기성세대의 안타까운 마음도 전해지는 것 같아 찡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원망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살아있어서 비로소 느끼는 아픔도 있다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극복해왔습니다…
저는 지금 사진있게 말할 수 있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좋았다, 라고요.
_151/334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세상이 결코 만만치는 않다. 꽃길만 펼쳐진게 아니라 진창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픔도 결국 포기하지 않고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엄마는 너희를 낳으려고 결심해서 낳아 길렀으니
‘태어나서 좋은 거’라고 말이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_326/334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아예 대놓고 이 책을 쓴 의도를 말한다.
나는 무슨 에필로그를 읽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런 직설은 소설 안에 잘 감추고 여운있게 끝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 들어 있다는 점이다.
작품에서 어머니는 늦게까지 방황하는 아들에게 언제나 나는 너편이라고 한다.
지극히 평면적인 어머니상이다. 모든 어머니가 자식에게 관대하지는 않다.
작품 내에서 여성은 기껏해야 직장에서 커피심부름이나 하는 존재,
심지어는 술 팔고 몸 팔아 쉽게 돈 벌려는 꽃뱀들 정도로 언급된다.
이런 부분에서 일본은 아직도 후진국이지만
서구 선진국에서는 대충 모른척 끼워주는 모양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현실과 과거를 오가고 여러 이야기가 얽히는 구조 때문에
읽기에 복잡스럽다. 저자가 원래는 추리소설 작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읽을 만하지만 모르고 읽으면 따로 하나 지도를 그려야하나,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궁금하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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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으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어서 더욱 두려운 이때에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믿으라는 소리로 들려
격려가 되는 책이었다.
나무 위키에 의하면 원래 게이고는 추리소설 다작가로 유명한 사람이라
정작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유별나게 인기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초대형 스테디셀러라고 소개된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었다고.
그 이유는 당연히, 저자의 메시지가 주는 격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청춘들은 지금 격려가 너무나도 절실하다고,
하지만 ‘옛다 격려’식의 격려 말고,
이렇게 추리를 곁들인 흥미진진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게이고가 깔아놓은 복선들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서사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탐구하는 중인데
아,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특별한 형식에 담아 이야기할 수 있구나, 그게 읽는 재미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격려하기 위한 소설쓰기, 참 매력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