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키 박사는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Good Inside: A Guide to Becoming the Parent You Want to Be'(내재된 선량함: 당신이 원하는 부모가 되는 가이드)의 저자다.
많은 그의 동료들과 같이 베키 박사는 아이의 행동에 따라 채찍과 당근이 주어지는 ‘행동주의적’ 육아법에 반대한다. 굿 인사이드에 의하면, 이 행동주의 육아법은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려하기보다 ‘형성’시키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행동을 아이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표현했다고 여기기보다는, 행동 자체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녀가 올린 짧은 동영상들(그는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의 제목은 ‘네 방에 가!’ 대신 이런 말을 해보세요; 자녀에게 안된다고 말하는 4가지 방법; 폭발할 거 같을 때 당신은 어떤 상태인가; 내 아이가 소시오패스라면? 등과 같다.
박사님이 말하는 것은 아이들의 행동을 단지 ‘좋은 것’과 ‘나쁜 것’의 대결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선량한 아이가 어려운 시험을 겪는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박사님의 모든 저작에 이런 점이 녹아있더군요. 어떻게 이런 결론에 이르셨나요?
- 기존의 ‘시간 다됐다’라는 식의 행동주의적 육아법에는 근본적으로 아이가 선량한 존재라는 신뢰가 없습니다. ‘왜 선량한 내 아이가 그런 나쁜 짓을 하게 되었지?’라고 곰곰히 고민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생산적이 해결책이 나올거에요.
어느 정도로까지 박사님의 대본을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시나요? 집에서는 항상 소프트하게 아이들을 대하시나요?
- 물론이에요. 내 아이가 선량하다는 믿음에 의지해보세요. 나 vs 아이, 가 아니라 ‘나와 아이 한팀’ vs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많은 것이 변할 거에요.
박사님이 올리는 짧은 동영상들에 보니, 아이가 엄마더러 친구들이랑 저녁 먹으러 나가지 말라고 우는 장면도 있더라구요. 아마 이런 솔직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오는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을 공개하는 것에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인데요. 박사님은 부모로서의 박사님과 공인으로서의 박사님 사이에 경계를 두는 편인가요?
- 네, 저는 그 경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저는 아이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동영상에 노출시키지 않아요. 지나치게 친근한 대상으로서 제가 존재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아무도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저는 항상 사람들이 제가 그들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만큼, 제 아이의 사생활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사님의 책, ‘굿인사이드’에 보면은 좋은 육아법을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는데요. 왜 이런 상태가 될까요?
- 백퍼센트 맞는 말이에요. 마트에 갔는데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라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개야, 엄마는 네가 정말 그걸 바란다는 걸 잘 이해한단다. 정말 맛있는거지. 하지만 잘 들어. 오늘 저걸 사주진 않을거야. 하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사진 찍어서 나중에 살 수 있게 기억해둘게. 우린 같이 이겨낼 수 있어!” 문제는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죠! 대부분 부모들은 ‘세상에, 난 망했어! 나는 아이에게 아이스크림도 안 사주는 나쁜 부모로 소문날거야!” 이런 관점의 차이는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해 내세울 때 일어납니다. 든든한 비행조종사는 항상 기류이상을 피해가진 않습니다. 그런 조종사는 직면해서 가야할 길을 갑니다. 그리고 무사히 착륙하고나면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해요.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인 거 같아요. 우리는 아이를 박사님 말씀따라 칭찬스티커차트 같은 건 안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우릴 알아주는 것도 아니죠. 우리는 칭찬스티커차트를 보며 자랐는데 말이죠! 이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있어요. 우리는 아이들이 ‘감정 규율‘(emotion regulation)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려고 하고 이게 실제로 아동기에서 가장 중요해요.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육아법에 대한 이야기는 다 여기로 귀결되요. 내 아이가 스트레스를 겪는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아이는 태어날 때 모든 종류의 감정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걸 통제할 기술은 없어요. 우리는 그 기술을 갖도록 돕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아요. 이게 정말 통하는구나, 이렇게 해주는 게 아이를 정말로 돕는 일이야, 라고 말이죠.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한계를 벗어날 때가 있죠? 많은 육아 전문가들과 같이 박사님도 ‘수선(repair)’에 집중하고 계신데요. 저런 실수를 회복하는 수선은 어떤 것인가요?
- 우린 한 번 크게 소리 지르곤 하죠.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말해버리기도 해요. 그런 수선은 이렇게 일어납니다.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지를 나누는 거에요.’ 단지 “그래, 나 소리질렀다, 잘못했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볼까?”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수선은 대화의 장을 열어주게 되어 있어요.
- 아이들에겐 애착이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소리를 지른다면, 아이에게 부모란 안정도 주지만 공포도 주는, 믿을 수 없는 존재로 기억에 남습니다. 만일 우리가 이것을 수선하지 않으면 아이는 안정을 찾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또한 모든 일이 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일어났다고도 생각하게 되죠.
- 우리가 잘못을 인정하면, 아이들이 저런 생각에 빠지기 전에 재빨리 아이를 구해내게 됩니다. 치유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이런 거에요. “아무개야, 난 정말 화가나고 답답했어. 난 앞으로도 화가 나겠지만, 이제는 소리지르지는 않을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거 같으면 너한테 안전하고 조용한 방법으로 이야기하려 노력할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부모 자신에게 좋은 일이기도 해요. 쓸데없는 죄책감에서 놓여날 수 있으니까요.
박사님 인스타가 코로나 기간에 특히 주목 받으면서 구독자가 폭증했잖아요. 요즘 화제가 되는 ‘내 아이의 정신 건강’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반영하는 분이 박사님이죠. 정신건강의 위기는 교육기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것과도 연관이 있어요. 박사님이 지금 느끼는 무언가 해야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 맞아요. 요즘 정말 애 키우기 힘들죠. 애들 주변엔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것들이 널려 있어요. 이것이 정신건강 위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 저는 지금 당장 뭘 해야한다고 느끼기 보다는, 정말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로서 아이에게 경계를 지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대에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부모를 넘어 아직 체험하기에 이른 다른 세계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그럼 그 경계는 어떻게 지어주는 거에요?
- 몇 살 부터 틱톡을 할 수 있는지, 아마존이나 음성비서를 통해 물건을 사는 일과 같은 거에요. 또 어떤 음악을 듣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이런 경계를 지어주면 아이들은 화를 내겠죠. 그걸 견디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자녀가 안전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걸 알아야해요.
박사님이 말하는 ‘다른 기회들’은 뭐에요?
- “저는 부모되기란 사실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 돌보기라고 생각해요.” 셀프케어를 하는 거죠. 학창시절 친구를 만나고 뜨개질 수업을 듣는 것도 다 중요한 일이에요. 자기 자신을 잘 돌봐야만 아이들도 잘 돌볼 수 있습니다.
잘보니, 최대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부모가 되려면 내 자신을 여러 군데다 복제해야겠더라고요. 이제는 거기에다가 셀프케어하는 나 자신도 하나 만들어야될 판인데요.
- 애착의 기본은요, 아이들이 안전하다는 기반을 갖는 거에요.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봐주고 살펴보고 사랑을 주기를 원하지만요, 그게 ’24시간 나랑 붙어있어라’라는 뜻은 아니거든요. 그 기반을 갖고 있다는 신뢰만 있으면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도 알아서 잘 대처할 겁니다.
- 아이가 원하는대로 24시간 붙어있다가 지쳐나가 떨어지고 자기혐오를 하게 되는 거보다, 비록 지금은 잠깐 떨어져있는 게 힘들지라도, 본인에게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게 낫습니다.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부모라면 24시간 같지 있지 않을때가 있어도 괜찮을까요?
- 여러 육아법이 경쟁하는 가운데에서는 무조건 더 많은 걸 아이에게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는 오히려 내가 없는 상황에서 더 잘 집중하고 잘 할 수도 있어요. 부재를 통해 새로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는거죠.
제 아이들과 티비에서 E.T.를 봤는데요, 보다보니 옛날에는 부모가 저렇게 성글게도 육아를 했구나 싶더라구요. 저런 식의 육아법에도 좋은 점이 있을 수 있을까요?
- 좀 극단적인 걸 이야기하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렇게도 해봤는데 잘만 크더라’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말씀하신 것을 잘 생각해보면요, 현재의 육아법이 지나치게 사사건건 아이들에게 간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부모와 아이 간에도 어떤 거리두기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정말 아이들 발달에 좋은 걸까요? 반면에 지나치게 가까운 것도 아이를 너무 간섭하게 되어서 결국 아이를 신뢰하지 않는 거처럼 느끼게 되기도 하죠. 그러니 이렇게 물어보세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아이는 이런 거리두기에서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거든요. 아이들이 항상 관찰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부모를 관찰할 수 있게 해줘보세요.
오늘은 긴 인터뷰 글을 요약해 봤습니다. 조금 길기는 하지만, 읽을만한 내용이 있어 공유합니다. 미국의 오은영 박사랄 수 있는 베키 박사의 지점은 기존 미국의 육아법인 ‘시간 제한’-당근과 채찍 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아이에게 최선의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부모 자신도 자기 시간을 갖고 스스로 성장해가기를 추구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변증법적이면서도 중용을 지키려는 육아법입니다.
한국에는 기존의 육아법이 아이에게 무심하면서 엄격한 방식-착한 아이 대 나쁜 아이식의 육아였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바로 오은영 박사에 의해 깨지고 있는 거고요. 오 박사는 아이도 내면이 매우 복잡할 수 있는 한 인격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아이가 어린 시절에 입을 상처, 소외, 무시 등에는 예민하게 된 거고요. 오 박사는 아무래도 아이에게 무게를 많이 옮겼고 또 한 두 명만 낳아 최고로 키우려는 요즘 세대와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만큼, 사회 전통이나 도덕가치를 통한 양육은 많이 중요성이 상실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 중간을 모색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