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간다는 것

여행을 떠난다는 것

여행을 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얼까.
2박 3일간, 충남 아산, 대전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금요일 오후 세시에 출발해서
일요일 오후 세시에 돌아왔으니
좀 짧은 2박 3일이랄 수 있겠다.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라서
절 위해 놀러가는줄 아는지라
밀리는 차 안에서도 한시도 쉬지 않고
재잘재잘재잘 잘도 떠들었다

그전까지는 언제 소변이 나올까
대변이 나올까 이제나 저제나 하며
다음 휴게소가 얼마 남았나 하며
불안하게 다녔는데

이젠 맘 놓고 운전이다
룸미러로 아이 얼굴을 종종 살피면서
흐뭇하게 바라본다

곤히 잠든 얼굴
까르르 웃는 얼굴
멍하니 있는 얼굴
창밖을 바라보는 얼굴

통통하고 동그란 얼굴로
동그란 눈으로
고 작은 입술로 재잘재잘 떠든다

나 혼자 여행 다닐 때와 다르게
운전하는 어깨가 훨씬 무겁다
가족들이 당하는 교통사고 기사가 많기에..
나이들이 무뎌져 가는 감각을 애써 다그쳐본다

여행이란
함께 하는 이의 얼굴에 비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아이의 얼굴에 비치는
저녁노을 길
달리듯 이어지는
높고 낮은 구릉들이 멀리보이고
파아란 벼 논들이 주변에 온통 흩어져있다

아 이게 아산 쌀이 나는 평야구나
우리가 먹는 바로 그 쌀이구나

아주 초록에서 조금 노오란끼를 찾아본다
그렇게 벌써 다가온 가을을 훔쳐본다

온가족이 곤히 잠든 때에
혼자 졸음을 이겨내며
풍경을 은밀히 감상하며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한다

여행 다녀와서도
그때 본 그 논밭이며
평야며 산맥이며
생생하게 느껴진다, 보인다

생각만 해도 개운한 풍경 하나를 담아서
답답한 일상사에 위로를 얻는 것,
여행

오랜만에 밖에 나가 우리집도
부모님 집도 아닌 호텔에서 잔다
밖이지만 낮 일정이 피곤해서
열시 전에 잠들어
대략 일곱시면 일어난다

별로 꾼 꿈도 없이 깊은 잠
일어나보면 늘 시작되어야할 그 일상은
잠시라도 멈춰서 보이지 않는다
만족스럽다

싸온 과일, 빵으로 간소한 아침을 먹지만
소꿉놀이 같고 좋다

점심도 저녁도
남이 차려준 밥상을 호사스럽게 받는다
주부에겐 그저 감사한 일상이다

하루 종일 시계처럼
음악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온갖 집안일 눈에 띄는 것들 뿐 아니라
머릿속엔 챙겨야할 일이 가득이다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바쁘다
당장 다음엔 어디를 가는지
몇 시에 문 여는지
주차할 곳은 있을까
너무 덥진 않을까 등등등
즉각적인 고민들만 해결하면 된다

워터파크에 갔는데
혼자 넘나 바쁜 것
입장권은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더운 날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들어가서도
아이는 가서 놀으라 재빨리 풀어주고
나는 선베드 대여 줄에 한참 서서
잠시나마 쉴 곳을 비싼값에 산다

아이는 완전히 신이 나서 엄마랑 날아다니는데
아침부터 오픈런 하느라 진빠진 나는
선베드에 널부러졌다

셋이 함께 파도풀에서
아이를 가운데 안고 팔을 붙잡고들
둥실둥실 출렁출렁
해파리들 마냥 흔들릴때
아내의 얼굴에서
아이의 얼굴에서
보통 아닌 행복을 발견하곤 좋아한다
나만의 행복 사진관에 찰칵 찍어 전시한다

가만, 내 얼굴은 즐거운가?
여행 내 즐거운 얼굴이었는가?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표했는가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어봤는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흥겹게 춤췄는가
입에선 룰루랄라 노래를 흥얼거렸는가
고개를 까딱까딱 일없이 흔들어봤는가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좋은 사진 하나
흡족한 마음 하나
챙겨 돌아오는 것.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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