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을 읽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나 다양하게 전개되며 소개되는 여러 인물들을 파악하는데도
정신이 없었고,
박경리 선생 특유의 묘사와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의 됨됨이와 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따라가기가 벅찼으며,
잘 모르는 경상도 사투리와 옛말들도 이해를 어렵게 했다.
그나마 문자속 있는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요즘 세대에겐 더더욱 손이 안 가는 소설이겠구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권을 읽다보니 이제야 좀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와 상황이
암기가 되어 좀 알아볼 법 하게 되었다.
2권에서는 1권에서 복선이 깔린 사건들이
전개되고 절정에 이르면서 하나의 서사를 끝내게 된다.
딱히 복기할 만한 문장은 없었다.
아마도 긴장을 주며 줄달음치는 이야기 전개가 주된 흐름이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의 질박한 문장과는 별도로,
소설은 ‘날 것 그대로의’ 당시 현실을 고증하듯
철저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컨대, 남편들의 외도와 아내를 향한 가정폭력은
거의 일상생활처럼 묘사된다.
괜히 집에서 일 잘하고 있는 아내를
술에 취해서 머리채를 드잡아 땅에 내동댕이치며
상욕을 퍼붓는 건 예사다.
부부가 별 생각없이 낳아놓은 아이를
정서적,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장면도 많다.
대부분 가난으로 인한 것이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갖가지로 팍팍하고 잔인한 현실 때문에
모두가 지치고 상한 마음, 울화를 어쩌지 못하는 모습들이 느껴진다.
그래, 그게 한반도를 사는 사람들의 한이지, 싶다.
곳곳에 험하고 땅 거친 산들 뿐이지,
평야에 농사 지을 만한 땅은 부족한데
자꾸 식구는 늘어나지,
그러니 가난과 빈사, 병사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건,
아직은 흉년까지는 아니라 그런지
제사 떡도 해서 나눠먹고
딱히 밥 굶는 모습은 별로 나타나질 않았다.
허구헌날 찢어지게 가난하고 주린 모습 묘사하는 것도
소설가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다.
한국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늘 나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깨나 잘 먹는 것 같은 이 소설의 인물들이
아직까지는 다행이라는 안도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박경리 선생 문체의 특징이라면,
너무 정서적으로 풍부하게 이끌지 않는,
투박함과 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버리는
빠른 사건 전개다.
그것이 최명희 선생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최명희 선생은 많은 것을 눈으로 찬찬히 뜯어보듯이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박경리 선생의 테스토스테론이 느껴지는 문장의 힘이랄까,
매력이랄까,
그런 특유의 맛이 있다.
나도 나중에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 속 계획이 있는데,
나는 어떤 문장을 쓰고 어떻게 인물과 사건을 묘사하며
어떻게 사건을 전개해갈까, 그런 생각도 틈틈히 하면서
소설을 읽고 있다.
3권에는 또 어떻게 새로운 사건이 시작될까, 기대가 된다.